• [세상살이 신앙살이] (503) 격동의 30분 (하)

    새벽에 본당 주변을 둘러보다가 성당 마당 처마 끝 부분에 누군가 텐트를 쳐 놓은 것을 발견하고, 그 옆에 의자까지 나란히 있는 것을 본 나는 미사 직전까지 제의를 입으면서도 분심이 들었습니다. ‘누가, 왜, 여기에 텐트를 친 것일까!’ 더 신경이 쓰였던 것은 텐트 안을 살펴보니 아무도 없었기에, ‘도대체 그 사람은 어디로 간 것일까!’ 하며 분심에, 온통 잡념에 수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때마침 새벽 미사, 공동 집전을 하려고 보좌 신부님이 제의방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나는 걱정 어린 목소리로 보좌 신부님에게 물었습니다.“보좌 신부. 미사 끝나고 경찰서에 신고 전화해야 할 것 같은데. 아냐, 아냐. 경찰서에 신고 전화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함께 고민할 일이 생겼어.”근심 어린 표정의 내 말을 듣자 눈을 휘둥그레 뜬 보좌 신부님은,“네에? 경찰서에 신고 전화를요? 혹시 새벽에 무슨 일이 터졌어요?”그러자 나는 조심스레 낮고 작은 목소리로,“사실, 어젯밤에 비가 엄청 많이 왔잖아. 그래서 새벽에 성당 마당을 둘러보는데, 누군가 텐트를 쳐 놓고 몰래 잠을 잔 것 같아서. 텐트 안을 살펴봤더니, 사람은 없고. 그래서 성당 어딘가에 이상한 사람이 어슬렁거리고 있을 것 같아.”이 말을 듣자, 보좌 신부님은 활짝 웃으며,“앗! 신부님, 죄송해요. 그 텐트 제가 어젯밤에 쳐 놓은 거예요. 그저께 중·고등부 캠프를 다녀왔잖아요. 그래서 그때 사용한 텐트를 말리느라 어젯밤에 펼쳐 놓은 건데. 텐트를 오늘 말려서 주인에게 돌려주려고….”이 말을 듣자, 나는 애써 태연한 척 말했습니다.“그래? 그럼 잘 됐네. 나는 그것도 모르고, 마당에 텐트가 쳐져 있어 혹시나 하는 생각을 했지. 그려, 괜찮아, 미안해하지 마! 나는 아무렇지도 않아.”“죄송해요. 미리 말씀을 드렸어야 하는데…, 깜빡했어요.”“아냐, 아냐. 그럴 수 있지.”‘나는 아무렇지도 않아!’ 그런데 마음 안으로 밀려오는 부끄러움은 어떡하나…! 이윽고 미사를 알리는 입당 성가가 울려 퍼졌고, 보좌 신부님과 나는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하지만 미사 시간 내내 분심이 들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랑 때문에 성체의 모습으로 우리 안으로 오심을 묵상하는 이 미사. 하느님께서 가장 가난한 자의 모습으로 오시어 인간의 품위를 가장 소중하게 높여준 이 미사. 그런데 미사 봉헌하고 있는 나 자신은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성당 마당에 누군가 쳐 놓은 텐트를 봤을 때, 넓은 이해와 깊은 아량을 가지고 당시 상황을 여유 있게 바라볼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나 의심의 소용돌이에 빠져 허우적댔고. 새벽에 미사 오시는 신자 분들을 보면서 따스한 미소로 인사를 나누기는커녕, 신자 분들에게도 ‘무슨 일 있나’ 하는 분심을 드렸고! 특히 있지도 않는 ‘노. 숙. 자’를 찾는답시고, 성당에 앉아 성체조배 할 시간에 성당 전체를 기웃거리며 돌아다녔고! 심지어 ‘노숙자분과 마주치면 어떻게 하지. 그분이 시비라도 걸면 어쩌지.’ 하며 긴장했지만, 결국은 내가 감히 사랑의 하느님께 ‘의심’이라는 시비를 걸었으니!미사 전 30분, 격동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의심의 파도가 가라앉자, 반대로 부끄러움과 창피함의 파도가 마음속으로 밀려왔다 밀려갔습니다. 정말 창피스러웠는지, 나는 마음속으로 본당 사목을 열심히 잘하는 애꿎은 보좌 신부님 핑계를 댔습니다. ‘이그, 보좌 신부, 왜 하필이면 밤중에 텐트를 거기다 쳐서, 이런 웬수!’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 [이 말이 궁금해요] 제대

    ◈ 제대(祭臺, altar, altare)[제ː대]-미사가 봉헌되는 성찬의 식탁이자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성당의 중심. 신자라면 성당에 드나들 때 절을 한다. 그 절이 향하는 장소가 어디일까. 성체가 모셔져있는 감실도 아니고, 벽에 걸려있는 십자가도 아니다. 바로 제대다.「미사경본 총지침서」는 “전통 관습에 따라 제대와 「복음집」에 입을 맞춰 경의를 표현한다”(273항)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교회에서는 주교회의가 교황청의 동의를 얻어 대신 깊은 절로 경의를 표현하고 있다. 성당 건축이 그리스도교 공동체 신비의 표지라면, 제대는 교회의 원천이요 머리이며 중심인 그리스도 신비의 표지이기 때문이다.암브로시오 성인은 “사실 그리스도의 제단이란 그리스도의 몸의 형상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며 “제대는 (그리스도의) 성체를 나타내고, 그리스도의 성체는 제대 위에 계신다”고 말하며 제대의 중요성을 가르치기도 했다.제대는 제사장이며 동시에 제물인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희생 제사가 재현되는 ‘주님의 식탁’이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성당의 중심인 제대 위에서 십자가의 제사가 성사의 표징을 통해 재현된다”며 “제대는 하느님의 백성이 초대되는 주님의 식탁이기도 하다”고 교회의 가르침을 설명하고 있다. 성찬례가 거행되는 식탁인 제대를 비롯한 감실, 사제석 등이 자리한 성당의 앞부분은 제단(祭壇, presbytery·sanctuary, presbyterium·sanctuarium)이라고 부른다.제대는 “살아 있는 돌”(1베드 2,4)이자 “모퉁잇돌”(에페 2,20)인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한다. 그래서 「미사경본 총지침서」는 “모든 성당에는 제대가 고정돼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제대는 살아 있는 돌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더욱더 분명하게 지속적으로 나타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반드시 고정된 것만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거룩한 거행을 위하여 봉헌된 곳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는 이동제대를 쓸 수 있다.”(298항)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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